건즈 건푸에게 죽음을... 2nd

 정말이지 미치도록 견디기 힘든 수면욕이었다. 고통스러운 잠의 유혹은 시간이 흐를수록 달콤한 환상으로 빠지고 있었다. 단발적인 꿈과 발작적인 깨임의 연속은 매우 신기한 경험을 하게 했다. 마치 장자가 된 듯,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어떤 다른 세계를 경험한 듯 하다. 


 건즈 건푸는 매우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의 출생기록을 살펴보자면 태어날 당시 울음을 터뜨리지 않아 자칫하면 사생아로 처리될 뻔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주의 깊은 간호사 덕분에 그가  매우 드물게 울지 않았음에도 이미 기도로 숨을 쉬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죽음을 면했다고 한다. 그는 유아기에도 울지 않는 아이로 유명하였다. 모빌 따위의 외부의 움직임에 거의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자폐증을 의심한 부모는 그를 정신과에 진찰을 받게 하기도 하였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폐증은 아니었다. 말 수가 굉장히 적었고, 걸음이 굉장히 느릿느릿하였다. 심지어는 시선을 옮길 때의 눈동자의 반응 속도마저 보통인보다 현저히 느렸다. 그의 중학교 동창의 말을 빌리자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려서는 조금 이상한 아이였으나 별 다른 탈 없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자 그의 부모님도 어느 정도 안심을 하였다고 한다. 건즈 건푸에게 특별히 정신과적 이상증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처음부터 욕망이 거세된 인간이었다.

 건즈 건푸는 자신이 욕망이 거세된 인간이란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 독립생활을 하게 되었다. 무관심했던 부모는 그저 자신의 아들이 정신병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저 안도했을 뿐이었다. 건푸는 독립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호감을 갖게 된 어느 여인과의 관계 속에 불현듯 그는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건푸에게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욕망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를 만났던 사람은 이내 그의 특성을 알게 되었고 안심을 하게 되었다. 그를 아는 사람은 모두 그에게서 편안함을 느꼈고, 어느 덧 건푸는 착하지만 이용당하기 딱 좋은 그런 사내로 알려졌다. 

 건푸의 직업은 변변치 않은 잡부였다. 욕구가 결여된 그는 인생의 목표도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이리저리 이용당하면서 쓸데없는 잡일하는 법만 익숙해진 탓이었다. 특이한 건 계급의 차이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그를 안다는 점이었다. 잡일이란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었기에 그는 어느 사람에게나 접근이 가능했고, 그는 이내 만만한 사람임을 간파당하고 보기 좋게 이용 당하곤 했다.

 그렇게 점차 그의 명성(?)이 알려지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그를 더 이상 만만한 사람이 아닌 고결한 사람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높은 계급의 사람과 어울리는 (하지만 사실은 이용당하는) 건푸를 보며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건푸를 달리 보기 시작했고, 낮은 계급에서의 평판이 높아질수록 높은 계급의 사람들은 건푸를 더 이상 만만히 보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결같았던 건푸의 무욕적인 삶은 그를 고결한 선구자 내지는 반열이 높은 종교인의 지위에 앉혀 놓았다. 존경받는 종교인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건푸는 어느 사이엔가 평범한 잡부가 아닌 국가적인 지역적인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유명인사가 된 건푸에게 달라진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항상 그의 주변에 있었는데, 달라진 점은 유명인사가 되기 이전에는 건푸의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었으나 이제는 그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대중에의 이미지를 가장 원하는 자들은 정치인들이었고 건푸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챈 부류도 정치인들이었다. 정치인들이 건푸에게 접근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건푸를 노동자로 이용했던 초창기의 이용자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절단한 것이었다. 과거가 세탁된 건푸가 똥구멍 마저 말쑥한 엘리트로 다시 태어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러셀은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욕망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욕망이 제거된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짧은 비몽은 이러한 궁금증과 맞물려 위와 같은 구상을 낳았다. 욕망이 거세된 건푸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욕망의 수레바퀴 아래에 처절하게 짓밟히는 결말을 그리고 싶은데 도저히 그 다음부터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by 2steps | 2009/10/30 08:51 | Creativ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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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요로레히 at 2009/10/30 13:15
직접 쓰신건가요? 이미 프로의 경지에 도달하신 듯...
Commented by 2steps at 2009/10/30 21:18
요로레히님은 부업으로 뻥튀기 장수를 하셔도 참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요. 감사의 마음을 이딴 식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제가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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